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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후기 | (후기)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대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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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8-06-14 12:12 조회2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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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C 평신도 침묵 피정 후기​

 

황상천 요한

 

여보! 다음 주 CLC 평신도 침묵 피정인데 같이 갈 거지?” 내 대답이 채 나오기도 전에 아내는 이미 신청했으니 그리 알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내린다. 그리하여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의 신세가 되어 사수동으로 끌려왔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는 나에게 침묵 피정이 이미 시작되었으니 숨도 크게 쉬지 말라며 닦달하는 소화데레사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끌려와 구박을 받는 난 공처가인가? 애처가인가?

근무가 끝나자마자 곧장 피곤한 몸을 간신히 끌고 왔더니 길잡이(칼잡이?)님께서 숙제를 한 보따리 내어주신다. 제시된 성경 텍스트(창세 28,15, 이사 49,14-16, 스바 3,14-18)를 읽고 내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된 고유한 존재이며,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니라 그분이 주신 선물임을 깊이 묵상하고 느끼라고 하신다.

이럴 수가! 육십이 넘게 살며 제발 좀 만나달라고, 먼발치에서라도 좋으니 조금만 뵙게 해달라고 찾고 헤매고, 애원하고 협박도 해보았지만 날 만나주지 않은 아주 바쁘신 그 분을 또 찾아 헤매란다.

찾아봤는데 없어요. 계시긴 하나요?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지요? 언제 갈까요? 그냥 가면 되나요?” 볼멘소리를 하는 나에게 길잡이님이 말씀하셨다.

형제님 가슴에서 찾고자 하는 갈망이 그냥 형제님의 생각인가요? 하지만 그런 마음 가운데서도, 심지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와 함께 계십니다. 하느님은 자연 가운데도, 이웃 가운데도, 지금 여기에도 계시지요. 하느님께서는 특히 내 안에 더욱 크게 자리 잡고 계신답니다.”

 

그랬다. 나는 내 눈으로 확인하고, 못 자국에 손가락을 넣어봐야 하는 하느님을 찾고 있었다. 토마스 사도의 체험만을 진정한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만 메여 있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더 놀랍고 오묘한 방법으로 나를 만나러 오셨다.

 

창세 28,15(“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을 묵상하면서 나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강하게 느꼈다. 그리고 사수동 수녀원 뒷산 숲 가운데서, 까마득히 하늘로 솟는 리기다 소나무 사이로 헤집는 빛 속에서, 자귀나무의 연분홍 수술 가운데서, 잔잔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들꽃 속에서, 단풍나무 숲을 지나는 바람 속에서, 발아래 분주히 오가는 작은 개미의 움직임 가운데서 하느님은 나와 함께 계셨다. 눈을 드니 내 이웃 가운데도, 함께 피정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그분은 계셨다. 이렇듯 말씀이 처음부터 그분과 함께 우리 가운데, 내 가운데 계셨다.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는 가운데 내 마음 안에서 이러한 울림이 들려왔다. ‘내가 선물이란다... 그래! 내가 가장 큰 선물이지. 예수님이 보시기에 아주 좋으신 선물이지!!’

선물은 주는 이의 뜻이 담겨있다. 그동안 풀지 못한 선물 꾸러미를 풀어 보아야겠다. 피정을 통해 삶이라는 선물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음을 새삼스레 느껴본다.

 

이리도 크고 많은 선물을 받았으니 다른 이들과도 함께 나누어야지. 가장 먼저 감사와 기쁨이 넘치니 그것부터 나누어야지. 가장 큰 선물인 나를 위해 기쁨을 나누고 사랑하는 소화데레사에게 나누어야지.

이런 걸 보니 난 애처가면서 동시에 공처가인가보다. 하느님을 뜨겁게 사랑하면서 하느님 사랑에 군소리 못하는 공처가가 기꺼이 되련다

예수님, 전 당신의 진정한 애처가이자 공처가입니다. 아멘. 

 

 

 

*2018.6.8~10 대구 베네딕토 영성관에서 진행된 [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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