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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후기 | (후기)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대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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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8-06-19 16:10 조회1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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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착각이었어요.

오랜 기간의 냉담을 끝내고 3년 전 제 발로 성당을 찾아 신앙생활을 재개하면서 하느님께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 뒤로 매일 미사를 드리고, 성경 공부와 성체 조배를 하고, 전례 봉사도 하면서 성실한 신앙생활을 한다고 자부해왔던 것도요. 그래서였는지 특히 올해 들어선 공부도 봉사도 시들해지고 기도마저 힘겹게 느껴졌어요. 돌발 상황들마저 잇따르면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지쳐만 갔구요.

 

그래서 결정한 피정이었습니다. 침묵으로 진행된다니 궁금하기도 했고 바쁜 전례 시기도 다 지난 때라 딱 좋아보였구요. 그러나 갑작스레 집수리를 하게 되면서 갈등이 생겼고 피정 전날까지 공사가 진행된 탓에 마음의 준비는 생각할 수도 없었지요. ‘정 안되면 쉬고라도 오자라는 심정으로 짐을 꾸린 게 전부였어요.

 

이런 저에게 피정의 첫 산책길에서 하느님께서 들려주신 첫 말씀은 아무 것도 하려하지 말고 나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을 즐겨라였습니다. 가빴던 숨이 쉬어지고 시끄러웠던 속이 조용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를 시작으로 피정 내내 하느님께선 저와 함께하시며 누구도 해주지 않았고 해줄 수도 없었던 위로의 말씀들을 들려주셨고,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지를 당신께서 만드신 숲과 나무와 풀과 바람과 햇살 등은 물론 갖가지 방식으로 거듭거듭 보게 해 주셨어요. 머리에만 머물던 그 분의 말씀들이 가슴으로 스며들면서 아이처럼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의심과 불신에 사로잡혀 그분을 외면하기도 하고 내 삶의 사건들에 대해 그 분께 책임추궁을 하면서 원망하고 대들고 따지기도 했어요. 떼쓰는 골목대장 꼬마처럼요. 그런 순간에도 그분께선 제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잠잠해지기를 그저 기다려주셨어요. 마침내 제가 그 분을 찾는 순간엔 언제라도 당신의 음성을 들려주셨어요.

그 분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고, 단호한 음성에선 정신이 번쩍 들면서 가슴이 하고 뚫리기도 했습니다.

 

3년 전 몸은 하느님께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로 꽉 차 있고 를 키우려고 했었더군요. 하느님이 서실 자리라곤 없이 내 힘으로 모든 걸 하려고 하고, 또 그걸 잘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구박하면서요. 마치 잘 하고 열심히 해야 좋아하실 걸로 착각하면서요. 또 그 분의 음성을 듣고 마음을 느낄 틈이라곤 없이 내 요구만을 들이밀면서 열심히 기도하니 당연히 들어주셔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과거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채 꼭꼭 숨겨두면서 움켜잡고만 있었구요.

게다가 놀랍게도 저는 버티고 서서 하느님께 내맡기는 걸 어려워하다 못해 아까워하고 있었어요. 마치 저한테 뭐라도 내놓으라고 하실까 봐 두려움에 떨면서요.

이렇듯 온통 로 살던 저에게 하느님께선 위로와 사랑을 퍼부으시며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고, 아프고 약해서 보기 싫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하셨어요. 그리고 마침내 저는 그 분의 힘에 기쁘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지요.

제가 이렇게 살고 있었네요라고 인정하며 도와주세요라고 청하는 순간 패배감’(?)마저 들면서 온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깨질 것 같던 머리도 가벼워졌구요. 제 마음이 드디어 하느님께로 돌아섰습니다.

저는 이제야 진짜 아버지 집에 돌아왔음을 느낍니다. 제 마음이 그 분 안에서 자유롭다는 것도요. 비로소 신앙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난 지금, 저는 전보다 느슨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더 잘 즐기게 됐어요. 하느님을 의식하는 일상도 한결 가벼워졌구요.

피정 첫날 오후 하느님께서 제게 물으셨어요. “나 하나론 안되겠느냐?”.

그 땐 바로 답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사랑이신 주님, 당신은 저의 유일한 모든 것이십니다. 당신의 뜻과 이끄심에 따라 순한 자녀로 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23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서 존중과 공감으로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해 준 CLC의 침묵피정과 이끌어주신 길잡이들께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

 

김아영 소피아

 

*2018.6.8~10 대구 베네딕토 영성관에서 진행된 [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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