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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나눔 | <가톨릭신문>[신앙에세이5]사랑으로 부르시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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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8-10-31 12:31 조회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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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사랑으로 부르시는 하느님 / 이명자

발행일2018-11-04 [제3118호, 3면]

옛 할머니들께서 들으면 놀라시겠지만, 세상이 달라져서 요즘은 손자를 돌봐주는데도 자식들이 돈을 줍니다.

어느 날, 딸이 감사의 글과 함께 도톰한 첫 봉투를 건네었지요. 반찬거리 살 때 사용하라며 신용카드도 한 장 꺼내주니 대견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딸은 잠깐 그 카드가 필요하다며 가져가서는 깜빡 잊었는지 돌려주지를 않았지요. 얼마간은 저의 카드로 구입을 했는데 돌려줄 기미가 없자 카드를 달라고 해야 하나? 말하자니 구차스럽고 계속 내 카드를 쓰자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 불편함은 무엇일까 성찰해 보았습니다. 돈을 안 줘도 그만이라는 첫 마음은 간데없이 어느새 그 돈이 내 돈이라는 집착에 빠져 있었지요. 정말 내 돈인가? 질문해봤습니다. 딸이 애써 벌어서 잠깐 내 손 위에 놔 준 것일 뿐, 오히려 딸의 돈을 나도 쓰는 것이니 고마워해야 할 일이구나! 내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자 불편함이 사라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성찰을 통하여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심에 깊이 감사드리게 됐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와 더불어 기도와 성찰을 익히고 나누는 생활은 마치 조각가가 마음에 품은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돌을 잘라내고 윤곽을 만든 후 미세한 부분을 조각해가는 것과도 같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본래의 나위에 덧칠해졌던 허위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다시 나답게 다듬어 가시는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손자를 돌보면서 창조의 신비에 담긴 하느님 사랑의 일면과 더불어 조금은 모호했던 본래의 나를 다시 발견하곤 하는데 참 놀라운 은총입니다.

신대륙 발견보다 획기적인 나와 인간에 대한 재발견의 시대라 할까요? 제 안에 끊임없이 샘솟는 아기에 대한 사랑의 희열이 바로 나와 인간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실체임을 조금씩 깨닫게 되니까요.

그렇게 알아듣는 것들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연민으로 확장되고 우리 삶의 자리가 조금은 더 따뜻해지는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매 순간 사랑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잘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해봅니다.

<끝>

이명자 (데레사·제1대리구 동천성바오로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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