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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 후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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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12-11 11:55 조회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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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에서 본 침묵피정의 안내 글은 당신을 맞이하기 위한 첫 시작이었습니다. 가정과 직장을 벗어나 23일을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기쁨이, 분주한 일상 가운데 큰 활력이 되었습니다. 한 달 전부터 기다리는 마음이 남편을 만나 연애하던 시기가 떠오를 만큼이나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과 기다림의 시간이 되었고 하루하루 손꼽으며 고백성사로 마음준비를 하였습니다. 직장으로 조금 늦게 합류한 침묵피정, 누구의 간섭도 얽매임도 없는 자유로움 속에서 남에게 보여 지는 모습 따윈 신경 쓰지도 않고 아니 신경 쓸 필요조차 없는 공간과 시간이 정말 선물이고 꿈만 같았습니다.

 

해질녘 도착한 바오로 피정의 집은 뛰어 놀기 바빴던 어린 시절,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냄새와 함께 저녁밥을 먹으라고 온 마을에 울리던 엄마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고 절제 된 듯 보이는 저녁식사와 소박한 침실이 쉼이 필요한 저에게 더없이 포근한 고향집 같았습니다. 물질의 풍요로움 한가운데서 살아가기에 항상 더 좋고 값진 것에 익숙해 있지만 천장이 낮은 소박한 침실은 정갈하기에 충분했고 정직하게 나 있는 창문은 구도 잘 잡힌 프레임 속 가을풍경 명화 같았습니다.

 

길잡이 선생님과의 만남, 분명히 첫 만남 임에도 불구하고 첫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저를 당신께로 이끌어줄 분이시라는 것을요. 성경구절을 알려주며 묵상하도록 일러 주시는 은은히 미소 띤 말씀은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처럼 제가 자신을 보도록 이끌어 주셨고 부족한 저의 모든 것을 소중하다 귀하다 여기시며 관조하는 예수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뜨거운 감동에 벅차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저를 안아주시던 길잡이 선생님, 아니 예수님의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몸은 고요 속에 머물렀지만 마음이 산란하여 몰입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것에 몸과 마음을 빼앗기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9시간을 온전히 땅으로 꺼져 내리듯 잔 단잠은 몸의 회복과 함께 맑고 온전한 정신으로 말씀을 한 구절씩 묵상하며 몰입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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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7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신 하느님, 먼지에 지나지 않은 존재인 저에게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셨습니다. 제가 숨 쉬고 있는 한 하느님 섭리의 손길을 느낍니다.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벅차서 헐떡거릴 때에도 숨 쉬며 호흡하고 있기에 당신의 현존 안에 머물고 있음을 알아차리겠습니다. 제 숨의 근원은 당신입니다. 당신 안에서 숨 쉴 때 생명을 가진 진짜 제가 됩니다. 당신의 숨이 저와 하나 되어 저와 함께 숨을 쉴 수 있도록 제 호흡 안에 당신의 숨을 불어 넣어 주십니다. 숨의 원천이 당신이기에 제 생명의 근원도 당신입니다. 당신으로 호흡하며 마지막 생명의 날숨을 허락하실 때까지 먼지와 같은 제가 당신 안에 숨 쉬며 살아간다는 영광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살겠습니다.

 

성체조배 안에서의 기도

아버지 제가 왔습니다.’

왜 이제야 왔느냐. 네가 오기를 기다렸단다.,

죄송해요. 아버지

이제라도 네가 왔으니 되었구나.’

너무 너무 죄송합니다. 당신이 만드신 피조물에 눈멀고 인간적인 지혜를 찾아 발버둥 치다 이제야 돌아 왔습니다.’

네가 나를 찾지 않는다고 너를 나의 기억 속에 잊은 적이 없구나. 걱정하지 말아라. 안심 하여라.’

아버지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어떻게 하면 당신 안에 머물러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무엇을 하려 하지 마라. 너는 이미 나의 사랑이다. 인간적인 노력은 나의 사랑 안에 머무르기에 방해만 될 뿐이다. 무엇을 들으려 보려 하지 말아라. 그냥 나와 함께 있으면 된단다. 내가 너에게 나의 숨을 불어 넣어 주었거늘 네가 숨 쉬듯 나와 함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구나. 사랑으로 만든 너인데 무엇이 필요하겠느냐.’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를 잊지 않고 돌아오기를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숨이 당신께로 향한 불규칙한 숨이라면 당신의 완전함으로 당신 숨이 제 호흡에 가득 차게 하소서. 그리하여 제가 숨 쉬는 것이 아닌 당신이 제안에서 제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호흡이 되게 하소서.’

내가 너를 만들고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아끼고 있음을 잊지 말거라.’

아버지 당신 안에 머무는 어린 아이가 되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보호와 사랑 안에 머물러야만 합니다.

아버지 믿겠습니다. 인간의 사랑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큰 사랑을 받고 있기에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제게 주신 사랑에 감격하며 당신 사랑의 충만함을 봉헌합니다. 당신 안에서 당신의 사랑을 확인하며 머무르겠습니다.

아버지, 제가 왔습니다.’

그래, 내 사랑아! 다 알고 있으니 내 안에서 편안히 쉬거라.’

 

오롯이 하느님과 저에게 집중하며 퇴소를 앞두고 마지막 모임에 비로소 자매들과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큰 충만함이 저에게 가득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토록 고민하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자유롭고 사랑 가득한 제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23일 동안 저에게 허락하신 기적 같은 시간이 오늘을 살아감에도 문뜩문뜩 감격의 눈물을 훔치곤 합니다. 피정 전에는 하느님을 만나려 높은 산을 오르는 힘겨운 만남 이었다면 피정 후로 너무도 쉽게 자주 아버지를 만납니다. 제가 원하면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시고 눈을 감으면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음을 확신하며 잊고 지내던 아버지와의 소중한 기억 속 거룩함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신 한국CLC 공동체와 장 레지나 길잡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가슴 벅찬 감동과 기억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이 작은 기도가 되어 읽혀지길 빌어 봅니다.

 

* 2017.11.17~19 [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을 마치신 김옥희 안젤리나 님의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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